한국에서 유독 기묘한 만큼 저렴하게 판매되는 디지털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시리즈인데요. 서피스 정발 가격을 보면 아무리 감성 값이라 하더라도 쉽게 지불하기 어려운 가격대를 자랑하지만, 한국에선 신제품이 나와도 몇달 지나지 않아 가격이 훅 떨어지면서 ‘가성비’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제품이 바로 서피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피스의 본가인 미국에서는 서피스가 여전히 하이엔드급 투인원으로 분류되지만 한국에서는 그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해서 이제는 투인원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노트북이 되었는데요. 저 역시 호기심에 구매했다가 어느덧 수개월이 넘도록 열심히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기반해서 제가 지금까지 서피스 프로8을 사용하면서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그리고 특징까지 세세하게 설명을 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펙과 가격
제가 구매한 서피스 프로8의 스펙은 다음과 같습니다.
- 프로세서 : Intel Core i5-1135G7
- 그래픽 : Intel Iris Xe Graphics
- 메모리 : 16GB LPDDR4X
- 화면 : 13인치 2880 X 1920 PixelSense 터치 스크린 디스플레이 (Surface 펜 지원)
- 스토리지 : 256GB PCle 3.0 M.2 SSD
- 네트워크 : Wi-Fi 6, 블루투스 5.1 지원
- 배터리 51.5Wh 리튬 이온 배터리
- 규격 : 287 x 208 x 9.3mm, 891g
- 운영체제 : 윈도우11
프로세서는 국내 버전의 경우 i5와 i7으로 나뉜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당연히 i7이 i5보다 비싼 만큼 성능은 더 좋지만 가격 차이가 확 벌어지기 때문에 가성비로만 따지면 i5가 더 좋은 편입니다.
메모리는 가능하면 16GB로 선택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괜히 컴퓨터나 노트북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다다익램’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가벼운 용도로 서피스 프로8을 사용하시는 분들이라면 크게 상관이 없을 순 있겠으나 인터넷 창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열어놓고 사용하시거나 오피스 프로그램을 여러개 열어놓고 사용하실 예정이라면 램은 16기가로 선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스토리지의 경우 i7부터 512GB 모델을 선택할 수 있긴 하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뛰기 때문에 가성비가 매우 떨어집니다. 따라서 256GB 모델을 선택하시길 추천드리며, 용량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외장 SSD를 사용하시거나 따로 SSD를 구매해서 장착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서피스에 들어가는 SSD는 일반적인 규격의 길다란 SSD가 아니라 그보다 짧은 규격의 SSD가 들어가기 때문에 잘못 구매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결론을 지어보면 제가 구매한 서피스 프로8의 사양은 i5-1135G7에 메모리는 16GB, 용량은 256GB로 해서 총 106만원의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심지어 이 가격에 타입커버와 펜까지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요즘 아이패드 프로에 애플펜슬만 해도 10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서피스의 가성비가 얼마나 좋은 건지 체감이 되실 겁니다.
디자인과 외관, 포트 구성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시리즈는 윈도우계의 맥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감성이 넘치고, 고급스럽습니다. 제품을 처음 개봉해봤을 때 유격이나 불량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전반적인 느낌 모두 매우 훌륭했습니다. 전작엔 마그네슘 합금이 사용된 반면, 서피스 프로8은 알루미늄이 사용되어 고급스러움이 더욱 발전한 느낌입니다. 물론 알루미늄이 마그네슘 합금보다 무겁기 때문에 고급스러움을 위해 무게가 희생되었다는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사실 서피스 프로8의 디자인은 전작과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습니다. 서피스 특유의 킥스탠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윈도우 고유의 창문 로고가 크롬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사실 제가 구매하고 싶은 컬러는 플래티넘 모델이었지만 아쉽게도 플래티넘 컬러는 8기가 메모리 제품만 선택이 가능했고, 16기가 메모리 제품은 그라파이트만 선택이 가능해서 저는 그라파이트로 구매를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서피스는 플래티넘 컬러가 근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라파이트 모델도 막상 사용해 보니까 상당히 만족스러운 컬러였습니다.
이렇게 서피스 프로8의 디자인과 마감은 상당히 만족스럽지만, 포트 부분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피스 프로8의 포트 구성은 썬더볼트 4를 지원하는 USB – C타입 포트 두 개, 3.5mm 헤드폰 잭 하나, 그리고 서피스 커넥트 포트 하나밖에 없습니다. 사실 서피스 프로8은 13인치의 아담한 크기인데다 투인원이라는 고유의 특징 때문에 포트를 넉넉하게 넣을 수 없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라 큰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썬더볼트 4를 지원하는 C타입 포트가 두 개라서 외부 기기와의 연결이 필요하다면 USB 허브를 함께 지참하셔야 합니다.
디스플레이와 키보드, 슬림펜2
서피스 프로8의 디스플레이는 전작에 비해 더 커졌습니다. 하지만 제품의 크기 자체가 커졌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닙니다. 크기는 동일한데 베젤이 줄어들면서 화면의 크기가 커졌고, 3:2 비율을 채택해서 메일을 쓰거나, 문서 작업을 하는 등 업무용으로 사용하기엔 13인치 중 베스트에 가까운 화면 비율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냥 눈으로만 봐도 색역이 상당히 뛰어난데요. 측정한 값을 보면 델타 1 미만으로 색 정확도에선 매우 우수한 수치를 보여줍니다. 여기에 더해 서피스의 디스플레이는 120Hz의 주사율을 지원해서 적당한 게임은 물론이고, 일반 사무 작업을 할 때에도 더 쾌적하게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높은 주사율을 가져감으로써 서피스 펜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제 서피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타입커버 키보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볼까요? 타입커버는 알칸타라 재질로 되어 있어서 부드럽고 고급스럽지만, 오염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건 관리하기 나름이긴 한데 밝은 색은 더욱 오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블랙 커버를 추천드립니다. 키보드의 타건감은 생각보다 매우 우수합니다. 얇은 스타일의 타입커버 특성 상, 깊이있는 타건감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서피스 특유의 쫀득한 키감이 살아 있어서 적어도 타건감에서 아쉬움을 느끼시는 분들은 매우 적을 거라고 생각해요. 대신 한글 정발 버전은 스페이스바 옆에 한자키가 들어오면서 스페이스바의 크기가 크게 줄어들어 사용에 불편함이 있고, 타입커버를 합치면 서피스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진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타입커버의 퀄리티가 상당히 좋아서 무게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슬림펜2는 기존의 서피스 펜보다 더욱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서피스 펜으로 간단한 작업은 가능하지만 디테일한 작업은 어렵다는 평가가 대다수였는데요. 이제는 레이턴시가 크게 낮아졌고, 지터링 현상이 크게 개선되었을 뿐 아니라 햅틱 진동까지 지원해서 필름을 따로 붙이지 않아도 종이에 필기하는 듯한 느낌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타입커버에 슬림펜2를 충전 및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휴대 및 충전 관리하기가 상당히 편리합니다. 펜을 많이 사용하셔야 하는 분들, 그리고 윈도우 운영체제가 필요하신 분들이라면 서피스와 슬림펜의 조화는 가히 만점에 가깝다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성능과 팬 소음, 발열
서피스 시리즈의 고유한 특징 중 하나는 꼭 이전 세대 CPU를 넣어준다는 겁니다. 서피스 프로8이 출시될 당시만 하더라도 인텔 12세대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인텔 12세대를 넣어줄 법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서피스 프로8에는 발열과 쓰로틀링으로 유명한 인텔 11세대가 탑재되었습니다. 지금은 인텔 13세대 제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서피스 프로9는 인텔 12세대를 달고 출시한 것을 보면 서피스가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항상 한 발자국씩 늦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인텔 11세대의 내장 그래픽 성능은 제법 좋은 편입니다. 물론 인텔 13세대가 출시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좋다고 표현하는 것도 웃기긴 한데, 문서 작업은 기본으로 가능하고 간단한 게임과 FHD 화질급 영상 편집도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앞서 인텔 11세대는 발열과 쓰로틀링으로 유명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런 높은 발열을 해소하기 위해 서피스 프로8에는 두 개의 팬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무거운 작업을 하거나 게임을 하면 발열이 심하지만, 그만큼 쿨링 능력도 좋은 편이라 나름대로 발열 해소는 잘 되는 편입니다. 팬 소음도 나름대로 정숙한 편이라 독서실이나 조용한 사무실에서도 쓰기 좋습니다. 즉, 발열 설계는 상당히 잘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나 무거운 작업, 게임을 할 때 디스플레이가 미지근한 느낌이 들고, 하판은 꽤나 뜨거워지기 때문에 이러한 발열이 싫다면 서피스가 아닌 갤럭시탭이나 아이패드로 구매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스피커와 웹캠, 배터리
서피스 프로8에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던 부분 중 하나는 스피커와 마이크의 품질이었습니다. 전작에서만 하더라도 서피스의 스피커는 영상 시청으로만 그럭저럭 볼 만한 수준이었고, 마이크는 그냥 화상회의까지만 가능한 수준의 품질이었는데요. 이번 프로8에서는 어느정도 공을 들였는지 스피커는 돌비 애트모스를 설정해서 사용하면 제법 풍부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었고, 마이크는 더욱 선명한 음질과 노이즈가 줄어든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윈도우 노트북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좋은 스피커와 마이크 성능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맥북 프로의 수준까지는 따라가지는 못했습니다.
웹캠의 품질 역시 마이크나 스피커만큼 훌륭한 편입니다. 5MP의 전면 카메라가 있는데 적절한 조명만 있다면 디테일한 수준의 사진까지 찍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의 얼굴이 밝고 선명하게 나오기 때문에 화상회의를 할 때에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더 깔끔한 인상으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제가 여태까지 사용해왔던 윈도우 노트북 중에선 웹캠의 성능이 가장 좋은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웹캠을 자주 사용하시는 분들이라면 서피스 프로8의 화질은 분명 만족스러우실 겁니다.
배터리의 성능은 윈도우 태블릿인 만큼 조금 떨어지는 편입니다. 서피스의 배터리가 작다고 표현하기 보다는 전력을 많이 먹는 인텔 CPU와 윈도우 운영체제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120Hz 주사율을 기준으로 문서 작업을 할 때 약 6시간 정도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60Hz로 낮춰서 사용하면 그보다 더 많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봐야 2시간 내외의 차이일 것으로 보여집니다. 서피스 커넥트를 사용하면 완충은 2시간 정도로 가능합니다. 하지만 저는 집에서만 서피스 커넥트를 사용하고 야외에서는 PD 충전기를 사용하는데요. 보조 배터리와 겸해서 들고 다니면 생각보다 배터리에 대한 아쉬움은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 편입니다. 다만, 아이패드나 갤럭시탭이 10시간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배터리 러닝타임의 메리트는 그렇게 크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서피스 프로8 총평
서피스 프로8은 좋은 제품이 맞습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할인가로 더욱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하니 가성비까지 챙긴 투인원 랩탑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이 제품을 구매하기 전이라면, “내가 투인원 노트북이 꼭 필요한가?”라고 먼저 자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투인원은 노트북과 태블릿을 하나로 합친 기기로써, 사용자의 사용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면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기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매하기 전에 내가 이걸 왜 구매해야 하는지, 그리고 투인원으로써 서피스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래도 서피스가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노트북과 태블릿 PC를 따로 구매하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현재 서피스를 처분하고 씽크북16p와 아이패드 에어를 나누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아직 구매하기 전인 분들이라면 충분히 고려를 해 보시기를 바라며, 이미 구매하신 분들은 서피스 프로8의 유용성을 충분히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