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치솟는 코인의 가격 때문에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높아진 적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 본체를 맞추는 것 대신 가성비로 노트북을 구매하곤 했습니다. 사실 제가 그런 케이스였는데요. 새로 출시된 게임을 위해 데스크탑을 바꿔야 하는데, 바꾸고는 싶은데 그래픽카드가 너무나도 비싸서 뭘 사야되나 고민하고 있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오늘의 주인공인 MSI의 GP76 11UG 제품이었습니다.
과거보다 훨씬 나아진 디자인
옛날부터 MSI의 게이밍 노트북은 바깥에서 도저히 꺼낼수가 없는 무시무시한 디자인을 자랑했습니다. 빨간색 용 마크를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번쩍번쩍거리는 RGB까지 가미된 이 녀석은 ‘나 게이밍 노트북이오!’ 하고 광고를 해대는 수준이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이게 예쁜가라고 말하면 결코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디자인을 많이 보는 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MSI 제품은 도저히 구매를 하지 못하겠더라고요.
하지만 이번 시리즈부터는 꽤나 디자인이 정갈해졌습니다. MSI의 상징인 용 로고는 그대로 있긴 하지만 검은색으로 전체 도색이 되어 있어서 그렇게 눈에 띄지도 않고요. 통일감있는 블랙 컬러를 가지고 있는 덕분에 드디어 바깥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이 되었습니다. RGB가 없는 점이 아쉬우신 분들도 있지만 충분히 이해할 만 하고 정말 RGB를 포기할 순 없다면 한 단계 고급기인 GE76을 구매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휴대성을 포기하고 성능을 취하다
애초에 17인치 노트북이 휴대성을 고려해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전 세계를 둘러봐도 LG의 그램17 말고는 휴대성을 고려한 17인치 노트북이 거의 없지 않을까요? GP76 역시 성능에만 초점을 맞추고 출시된 노트북이기 때문에 휴대성을 고려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잠깐잠깐 들고 다니기에는 나쁘지 않으나 2.8kg의 무게와 더불어 벽돌과도 같은 충전기를 들고 하루종일 걸어다닐 생각은 무조건 버리시기 바랍니다.
PD 충전이 지원되질 않는다는 점은 아쉽긴 하지만 노트북 본체의 무게만 거의 3kg에 육박하는 와중에 PD 충전을 지원하는 것도 조금 웃긴 그림이긴 합니다. 사실 들고 다니기도 어려운 것이 노트북의 크기는 물론이요 두께도 두꺼워서 평소 들고다니던 노트북 파우치에 수납하기도 매우 어려웠습니다. 한마디로 ‘시즈 모드’용 노트북인 것인데 한 장소에 거치해놓고 사용하기만 하면 휴대성은 큰 단점은 아니긴 합니다.
포트 구성과 마감은 다소 아쉽다
17인치 노트북은 대부분 한 장소에 거치해 놓고 사용하는 노트북일텐데요. 어차피 무게를 포기했다면 포트 구성을 넉넉하게 넣어줘서 연결성이라도 좋게 만들어줬다면 좋았을 텐데, 이 부분은 너무나도 아쉬웠습니다. USB-A 타입 3개, USB-C 타입 1개, HDMI 1개, 유선랜 포트가 끝이었습니다. 포트가 들어갈 공간은 넉넉한데 오히려 포트의 수가 적어서 좌, 우측, 후면이 텅텅 빈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마감은 전작에 비해 확실히 발전했습니다. 과거 GP 모델이 저렴한 플라스틱을 사용했다면 현 시리즈는 하판을 제외하고 전부 알루미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저렴한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힌지 이슈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후기가 여럿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이러한 힌지 이슈를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더 오랫동안 사용했다면 이런 문제를 겪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다른 요소들은 모두 평범 그 자체
GP76의 디스플레이는 그냥 무난한 수준입니다. 1920 X 1080 FHD 해상도에 NTSC 72%의 색역, 최대 밝기 300nit의 화면과 144hz의 패널은 딱 쓸만한 정도의 화면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RTX3070이 탑재된 노트북인데다 TGP 값도 높아서 QHD 패널을 넣어줘도 좋았겠지만 그랬다간 상위 기종인 GE76의 자리를 위협하게 되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아닙니다. 오히려 RTX3070의 고성능 그래픽카드에 FHD 디스플레이라 현재 출시된 대다수의 게임을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노트북이 두껍기 때문인지 GP76의 타건감은 생각보다 훌륭했습니다. 나름 게이밍 감성으로 RGB도 번쩍번쩍 들어오고요. 하지만 키 배열이 개인적으로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키캡이 너무 싸구려틱한 플라스틱 느낌이라 오랫동안 타건하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는 키보드였습니다. 트랙패드는 그냥 무난하게 쓸 만한 수준이긴 한데요. 애초에 시즈모드용 17인치 노트북에서 트랙패드를 사용할 일이 얼마나 많을까 싶긴 합니다.
GP76의 성능은 어떨까
고사양 노트북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아닌 전력값, TGP인데요. 일반적인 게이밍 노트북의 TGP 값이 80 ~ 120W 정도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GP76은 생태계 파괴종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무려 140W의 전력값을 그래픽카드에 제공하는 것인데요. 이러한 놀라운 전력 세팅과 발열 제어 능력 덕분에 가격 대비 성능만 보면 정말 엄청난 녀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괜히 데스크탑 대용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이 아니지요.
고사양 게임은 물론이고 각종 그래픽 작업이나 4K 영상 편집까지 모두 무난하게 소화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GP76의 이러한 놀라운 성능은 휴대성을 포기한 무게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아무래도 전기를 많이 먹는 제품인 만큼 소음이 시끄럽긴 하지만 발열 제어도 훌륭한 편이고 성능도 무척 잘 뽑아내주는 만큼 약간의 소음은 어느정도 참아줄 수 있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