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멘15는 HP사의 게이밍 라인업 중 하나인데요. 과거에는 끔찍한 디자인이라 나쁜 의미로 주목을 받았던 반면, 2020년부터 깔끔한 디자인으로 바뀌게 되면서 꽤나 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때는 휘황찬란한 RGB와 ‘나 게이밍 노트북이오’하는 요란한 디자인 때문에 오히려 차분한 디자인을 찾는 분들께서 오멘 노트북을 구매하곤 하셨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뭐든지 예쁜게 손도 많이 가는 법이잖아요? 특히 들고다닐 수 있기도 하고, 카페에서 다른 사람에게 쉽게 보일 수 있는 디자인인만큼 아무래도 깔끔한 디자인을 가진 오멘이 끌려 충동구매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깔끔한 디자인을 가진 노트북이 다른 부분에서도 디자인만큼 멋진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을까요?
깔끔한 디자인과 키배열
일단 오멘15를 열어보면 취향저격인 디자인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른 경쟁사의 번쩍번쩍 클럽을 연상케 하는 RGB도 없고, 무시무시한 게이밍 브랜드 마크도 없습니다. 상판은 보는 시야에서 색상이 조금씩 달라지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각인과 OMEN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팜레스트의 텍스트 각인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눈에 띄는 디자인은 아니며 오히려 크리에이터 노트북에 가까운 디자인을 지니고 있어서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상판을 열어보면 그 감동이 배가 됩니다. 왜냐하면 저는 텐키리스 배열을 선호하기 때문인데요. 이 제품은 텐키리스와 더불어 반갈죽되지 않은 방향키로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근본 그 자체’인 키배열을 지니고 있습니다. 디자인도 깔끔한데다가 키배열도 이렇게 정상적이다? 할인 기간에 도저히 구매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타건해본 결과 타건감도 구분감이 확실한 것이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NO 크리에이터, YES 게이밍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오멘15의 디자인은 크리에이터 노트북 같긴 합니다만. 이 녀석의 페이퍼 스펙을 살펴보면 당연히 게이밍에 가깝습니다. FHD 화질에 144hz 주사율을 지원하고 키보드는 무한 동시 입력을 지원하며 키보드에서는 설정만 하면 번쩍번쩍하는 RGB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건 끌 수 있으니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고요. 거기에 더해 100W의 무난한 TGP 값을 보면 CPU보단 그래도 GPU에 더 힘을 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오멘15가 크리에이터 노트북이었다면 QHD 디스플레이에 낮은 주사율을 넣어주었을 것이고, 벽돌 충전기가 아닌 PD 충전기를 지원하였을 것이며, GPU보다는 CPU에 더 많은 전력을 주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껍데기만 크리에이터 노트북일 뿐, 실상은 게이밍 노트북에 더 가깝다라는 의견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근데 사실 깔끔한 디자인이라 PD 충전이 되었으면 여러모로 좋았을 텐데 개인적으론 매우 아쉬웠습니다.
무거운 놈들 중에선 가벼운 놈
이 노트북의 무게는 2.12kg 입니다. 경량형 게이밍 노트북의 무게가 2.0kg 내외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가볍다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막 무거운 편도 아닙니다. 근데 벽돌에 가까운 충전기를 함께 포함한다면 거의 3kg에 가까운 무게에 육박하기 때문데 편하게 들고다닐 수 있는 무게는 절대로 아닙니다. 만약 외장 그래픽이 필요함과 동시에 PD 충전까지 필요하다면 씽크북 16p나 M16을 구매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아무래도 게이밍 노트북인 만큼 두께도 꽤나 두껍습니다. 마감 자체는 훌륭한 편인데요. 힌지의 강성도 튼튼했고 특별히 유격이나 그런 것도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노트북의 상하판 재질이 강화 플라스틱이라 기스나 흠집에 매우 취약하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알루미늄 노트북에서는 흠집이 나지 않을 충격이 강화 플라스틱 노트북에서는 흠집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조심스럽게 사용을 하는 것이 좋겠지요?
게이밍 성능은 어떨까?
솔직히 말하면 동급 게이밍 노트북 중에서는 살짝 떨어지는 편입니다. 일반적인 게이밍 노트북이 120W 이상의 TGP를 가져가는 반면 오멘15는 100W의 TGP를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TGP 130W의 게이밍 노트북과 비교했을 때 성능 차이는 약 20% 정도 난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사실 이건 수치상의 문제일 뿐, 진짜 고사양 게임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게임은 무난하게 돌릴 수 있는 사양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CPU의 경우 구성에 따라 5600H와 5800H가 탑재되어 있는데요. 저는 5600H를 구매했으며 상급기를 구매하지 않은 것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어? 오히려 5800H의 CPU를 가진 노트북이 더 좋은거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이 제품의 쿨링 시스템을 생각하면 하급기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다음의 항목에서 이어서 설명하겠습니다.
노트북이 아닌 선풍기
이 제품의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쿨링 팬의 설계가 매우 끔찍하다는 것입니다. 설계가 문제인지 팬이 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팬에서 원가 절감이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팬 소음이 60데시벨을 넘기면 소음이 큰 노트북 카테고리로 들어가는데요. 오멘15의 노트북은 풀성능을 기준으로 60데시벨이 넘는 소음을 자랑합니다. 키보드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으면 드론이 날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구형 선풍기를 틀어놓은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사용할 수도 있겠고, 아니면 언더볼팅과 언더클럭을 통해 소음을 어느정도 잡을 수 있기는 하지만 성능을 조금 더 깎아내려서 소음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마이너스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차기 모델인 오멘16에서는 이러한 소음이 어느정도 개선되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도대체 왜 게이밍 노트북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쿨링 팬에서 원가 절감이 들어갔는지는 저로썬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요.
지금은 구형이니 차기작을 구매하자
제가 구매한 오멘15 – en1021AX 모델은 2021년 하반기에 판매되었던 모델이라 지금으로썬 구형인 모델입니다. 물론 구매하려면 구매할 순 있겠지만 신형 오멘16이 나온 지금으로썬 구매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RTX4060이 탑재된 모델이 하나 둘 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오멘15가 아닌 오멘16을 구매하기를 추천드립니다.
물론 지금 구매하시는 분들의 입장에서 설명을 드린 것이고, 과거 제가 사용했던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그당시 100만원 초반에 구매했을 경우 가성비 자체는 썩 나쁜 편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약간의 성능을 희생해야 하지만 그래도 매력적인 디자인, HP라는 브랜드의 밸류값을 생각하면 뭐 그냥저냥 구매할 만한 제품이라고 여겨집니다.